2020.10.23(금) 골 2:16-23
골 2:16-23
사도는 자신을 가리켜.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자(빌 3:6)'라고 말한다.
어쩜 이렇게 담대하게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을 과신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사도 바울은. 타고난 원칙주의자였으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은. 끝까지 지키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철저하게 유대교 신앙을 고백하며. 그 믿음을 따라 지금까지 살아왔다.
스데반이 죽는 것을 보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으며.
도리어 예수의 제자들을 잡아 죽이는 것을. 마땅하게 여겼던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사도 바울이다.
그런데. 오늘 사도 바울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절부터. 23절까지가 그 말씀이다.
"여러분. 규정에 얽매이지 마십시오.
붙잡지도 말아라. 맛보지도 말아라. 건들지도 말아라하니. 이게 웬 말입니까?
이런 것들은. 한때 쓰다가 없어지는 것으로서. 사람의 규정과 교훈을 따른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꾸며낸 경건과. 꾸며낸 겸손과. 몸을 학대하는데'는 지혜를 보일지 몰라도.
'육체의 욕망을 억제하는 데는 아무런 유익이 없습니다."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만큼 원칙주의자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율법과 원칙과 규정과 기준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잘난 척 하지 마시고. 다른 사람을 판단/비방하지 마십시오.
거기에 현혹되지도 마시고. 거기에 눌리지도 마십시오.
오직 그리스도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며.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심판자 되십니다."
사도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와 우리 공동체의 모습을 돌아본다.
율법은, 또 원칙과 기준은 분명 우리에게 유용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사람에게는. 분명한 방향을 가리켜주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한 사람에게는. 든든한 펜스/울타리가 되어준다.
그런 측면에서. 규정은 필요하다.
질서를 세우고. 공동체를 한방향으로 정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정의 한계와 폐단 또한 너무 잘 알고 있다.
제 아무리 규정을 잘 만든다 하더라도. 완벽한 규정을 만들지는 못한다.
우리 인생이 그렇기 때문이다.
상황(Case)이 얼마나 다른가.
그때 그때마다 한가지 원칙/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제단할 수 없다.
예외 경우가 생겨난다.
그러면. 사람들은 묻고 따진다. "저 사람은 되고, 왜 나는 안 되는교??"
그러다보면. 결국 원칙과 기준은 애매해진다. 난감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공동체의 분열과 다툼을 가져오기도 한다.
사도가 얘기했던 것처럼. 원칙과 규정과 교훈은.
겉으로는 질서를 세울지 몰라도. 사람들의 욕망을 제어하는 데는 아무런 유익이 없다.
'풍선 효과'처럼 여기를 누르면. 저기가 튀어오르기 마련이다.
아무도 몰래. 수면 아래서 은밀한 일이 진행되고...
사람들은 결국. 이중생활을 하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경건한 척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원칙과 규정을 잘 준수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힘들긴 매한가지다.
서운한 마음이 찾아온다.
"나는 이렇게 잘 지키고 있는데. 쟤는 왜 저래?"
"나는 그러고 싶지 않은 줄 알아?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그러면 안 되잖아."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이 찾아온다.
동시에. 판단하고. 정죄하는 마음이 찾아온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그렇기에 사도는. 이런 것들이.
'꾸며낸 경건/겸손과. 몸을 학대하는 데'는. 지혜를 보인다고 말했나보다.
자기가 직접 경험하고.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이렇게. 진솔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참 어렵다.
규정이 필요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니 말이다.
나는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하나의 정답을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매뉴얼이 있다면.
그 원칙과 기준에 따라 모든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에 그런 건 없다.
죽을 때까지 고민하고. 씨름해야 한다.
그렇기에. '분별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였을까?'하는 물음과 고민이 필요하고.
'사랑과 온유한 마음'도 필요하다.
사랑 안에서 진리를 말할 줄 아는. 담대함도 필요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단호함도 필요하다.
참 어렵다.
우리는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ㅎㅎㅎ
어렵고. 무거운 질문이지만. 계속해서 고민하고. 씨름해야겠다.
고민하지 않고. 씨름하지 않으면. 우리는 병들어 죽기 때문이다.
바라기는. 우리가. 쉬운 대답과 반쪽짜리 진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하나님 앞에 묻고. 씨름하며. 진리를 찾아가는. 구도자가 되길 소원한다.
내가 참 좋아하는. 어거스틴의 말처럼.
'본질에는 일치를. 비본질에는 자유/관용을. 이 모든 것 위에 사랑을'
더하는 우리가 되길 소원한다.
그러다 보면. 우리의 눈도 열리고. 귀도 열리겠지.
그날을 바라보며.
하나님 앞에 묻고. 씨름하며. 겸손히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