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_시냇가에 심은 나무/요한복음

2021.02.24(수) 요 11:28-44

The Sabbath 2021. 2. 24. 10:12

요 11:28-44

오늘 아침. 무거운 소식을 들었다.
어떤 기독교 NGO 활동가의. 과거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 사임을 하였다는 이야기였다.
이분이 누구신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멀리서나마 이분의 행보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허망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런 감정/느낌을 받는 것이.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유력한 복음주의 단체의 지도자로 칭송받던.
Y씨의 소식을 들었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당신 마저도'라는 마음이 들었고.
오늘 우리 교회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허망한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동시에. 나로서도 경각심을 갖게 된다.
"나는 그들과 무엇이 다를까?"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되묻게 되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나를 살펴보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오늘 아침. 말씀을 보는데. 죽은 나사로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실제로 오늘 본문 39절 말씀은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주님. 나사로가 죽은 지 이미 나흘이나 되었습니다.
시체는 이미 썪어버렸고. 부패한 냄새가 이미 가득합니다.
근데 무덤의 돌을 옮기라니요. 이게 무슨 말입니까.
창피하고. 드러내기가 민망합니다…"

마치 오늘 우리의 모습과 같다.
이미 썪고. 부패하고. 상하고. 온몸에 상처 투성이여서.
있는 그대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드러내기가 민망한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 주님은. 그 돌무덤을 열고. 죽은 나사로를 향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사로야, 나오너라!"

마치. 오늘 우리에게 말하시는 것 같다.
'썩고. 부패하고. 이미 죽은지 오래여서' 아무런 소망이나 희망도 없는 우리에게.
주님께서. '네 모습을 숨기고. 애써 감추고. 외면하고 도망칠 것이 아니라.
겸손히 나아와. 우리의 모습을 인정하고. 주님 앞에 죄사함을 받기'를 원하시는 것 같다.

그렇기에. 있는 그대로 주님 앞에 나아간다.
손발은 천으로 감싸고. 얼굴은 수건으로 싸매고.
시체처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겸손히 주님 앞에 내어놓는다.

그리고. 주님의 은혜. 주님의 자비를 구한다.
'병들고. 썩고. 죽어있는' 우리를.
주께서. 불쌍히 여기시고. 다시 살려주시길 간절히 사모하며 말이다.


그렇기에. 이 아침. 겸손히 우리 공동체를 주님 앞에 의탁하며 기도한다.

'주님. 죽은지 나흘이나 되어서.
벌써 냄새가 가득하고. 아무런 소망이 없는. 우리 공동체를.
주님.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죽은 것 같은 우리를 향해.
주님. '나사로야, 나오너라!'고 명하셨던 것처럼.
죽은 우리가. 다시 살 수 있게 하여 주시고.

우리의 손과 발. 얼굴에 매여있는. 천과 수건을 풀어주셔서.
우리가 다시금 주님 앞에서. 온전한 몸과 마음으로 살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시며. 우리를 긍휼히 여겨주시옵소서…"


그렇기에 이 아침. 주님의 자비를 구하며. 오늘을 살아간다.
주님의 자비와 은혜가 없이는. 우리는 하루도 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