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_시냇가에 심은 나무/사무엘하

2021.06.04(금) 삼하 15:1-12

The Sabbath 2021. 6. 4. 08:32

삼하 15:1-12

며칠 동안. 다윗의 집에 있었던. 심란한 일들을. 계속 살펴보고 있다.
다말 강간 사건부터.
암논 살해 사건. 압살롬 도피 사건. 압살롬 귀환 사건까지.
여러 일들이 사무엘하 13장, 14장에 계속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다윗이. 왕으로서. 주체적인 결정을 하는 곳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선. '바지 사장/식물 인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그런 것 같다.
다윗은. 다말이 암논에게 강간을 당했을 때.
왕으로서. 이 사건을 엄중히 다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부들부들 화만 내며.
"어쩜 이리 해괴망측한 일이 벌어질 수 있냐!"며.
한탄할 뿐이었다.
그게 다윗의 잘못이었다.


암논 살해 사건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말이 강간을 당하고.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다윗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상처와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자의 몫이었다.

결국. 압살롬은. 스스로 칼을 뽑기로 결단했다.
암논을 궁 밖으로 불러내어. 죽이기로 한 것이다.
암논 살해 계획은. 치밀하게 기획/성공하였으며.
압살롬은. 그 길로 조국 이스라엘을 버리고. 먼 나라로 도망쳐 살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다윗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도리어. 암논의 소식을 듣고. 슬퍼하며. 한탄할 뿐.
왕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책임에 대해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게. 그날의. 다윗의 잘못이었다.
왕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않고.
사건을 방관하고. 무력하게 주저 앉아 있는 모습.
그게 다윗의 잘못인 것이다.


압살롬을 궁에 다시 들일 때도 마찬가지다.
군대 장관 요압 입장에서는.
3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다윗의 모습이.
너무 답답해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 요압은. 드고아 여인을 불러다가.
다윗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 온갖 애를 쓴다.

그 결과. 압살롬이 궁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다윗은. 이 과정에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압살롬을 외면하고.
의도적으로 그를 밀어내고. 방치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그것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결과. 압살롬의 마음에는. 분노가 치솟기 시작했다.
"차라리 이럴 거였으면. 나를 데리고 오지 말든지.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소리를 바락바락 지른다.

이 역시 다윗의 잘못이다.
사건을 방치하고. 외면하고. 회피하는. 다윗의 잘못인 것이다.


다윗의 무력한 모습은. 오늘 본문에도 등장한다.
압살롬이. 반역을 꾀하고.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람을 모으고. 군사를 모으고.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 동안.
다윗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다윗 인생에. 이렇게. 무력하고. 방만한 때가 있었을까.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고.
다말 사건 2년.
암논 사건 3년.
압살롬이 궁에 돌아오고 2년.
압살롬이 반역을 꿰하는 4년.

도합 11년의 세월 동안.
다윗은 도대체 뭘 했단 말인가.
참 어리석고. 미련하기 그지 없어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말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된다.

"죄라는 것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것만 죄가 아니라.
해야 할 행동을. 하지 않는 것도. 죄구나"

그렇다.
죄라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도 죄다.

하나님의 백성이. 조용히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도리어 악이 기승을 부리고. 자신의 세를 떨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님은.
사람을 지으시고.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창세기 1장 28절을 보면.
"너는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말씀을 하신 다음.
주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시는가?

우리가. 하나님의 대리 통치자로서.
"이 땅을 바르게 다스리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던가.

그런 측면에서. 우리에게 역할과 책임이 있다.
하나님의 대리 통치자로서.
에덴 동산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권한만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
이 땅을 바르게 다스리고. 경영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너무 쉽게 잊고 살아간다.
불의에 침묵하고. 사실을 은폐하고.
진실을 외면하고. 불편한 일들은 회피하고. 떠넘기려 한다.

그러다 보니. 악이 기승을 부린다.
악한 사람들은. 치밀히 계획하고. 행동하며. 때를 노리건만.
하나님의 백성들은. 아무런 생각 없이 살아가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그런 측면에서. 침묵은.
단지 약이 아니라. 악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무책임한 행동이. 세상을 어지럽게 하며.
침묵과 방관 속에.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은. 더욱 심화되어 가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나의 삶을 돌아본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오늘 내가. 책임지고 돌보고 살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왕의 백성으로서. 하나님의 대리 통치자로서.
내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
"오늘 내가 하지 말하야 할 것은 무엇이며.
오늘 내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오늘 하루.
이 물음이. 우리의 마음에 계속 부딪혀 오길 소원한다.

그리하여.
오늘 우리의 삶을 통해. 주님이 영광받으시고.
또 우리의 삶을 통해. 이 땅 가운데.
주님의 자비와 평화가 임하길 간절히 소원한다.

그렇기에. 이 아침.
주님 앞에. 나의 삶을 의탁하며. 믿음으로 이 길을 걸어간다.

주께서. 부디 우리에게. 바른 생각과 깨닮음을 주셔서.
우리가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길 소원하며.
믿음으로.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