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_시냇가에 심은 나무/창세기

2022.04.02(토) 창 32:1-21

The Sabbath 2022. 4. 2. 07:47

창 32:1-21

야곱은. 집으로 돌아갈 것을 결정했지만.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형 에서를 만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20년 전. 그날 밤 형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 같고.
형이 자기를 어떻게 해할까. 그 모습이 상상이 가질 않는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야곱의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였다.

이에. 야곱은. 정찰대를 보내서. 에서의 심기를 먼저 확인하려 한다.
근데. 정찰대가 다녀와서 하는 말이.
"에서가 부하 400명을 거느리고. 이리로 달려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 소식을 듣고. 야곱은 너무나 걱정이 된 나머지.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 꿍꿍이를 벌였다.

무리를 두 그룹으로 나눌까?
한쪽을 치면. 다른 한쪽이라도 피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근데. 그러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나눈다고 하더라도.
400명이나 되는 군사들을 따돌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곱은. 그날밤. 새로운 작전을 구상한다.
그것은. 형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선물을 형 에서에게 보냄으로써. 형의 마음을 풀어주고.
이것을 통해. 형의 마음을 얻고자 함이었다.

그래서. 그는 여러 그룹을 나눠서. 이들을 하나 둘 따로 보낸다.
에서가 "이것이 무엇이냐?"라고 묻거든.
"이것은 모두 야곱의 것인데. 야곱이 그 형님 에서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라고 말하기로. 입을 맞추고.
한 떼. 두 떼. 세 떼. 네 떼. 그렇게 사람들을 나눠서 먼저 에서에게 보낸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야곱은 정말 야곱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짧은 순간에. 어쩜 이렇게 다양한 묘수를 생각해 낼 수 있지?
참.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야곱은. 이 모든 것이. 본질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여호와시라"는. 잠언 말씀처럼.
야곱이. 자기가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길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미봉책/껍데기에 불과하고.
정말 중요한 것은. 주께서 우리를 지켜주시고.
주께서 우리를 살펴주지 아니하시면.
이 모든 것이. 허사라는 사실을. 야곱은 삶을 통해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야곱은. 하나님 앞에 나아가서. 간절히 기도한다.
"주께서. 내 형 에서의 손에서. 나를 건져 주시고.
주께서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실 것"을.
정말 마음 다해.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아뢰고 또 아뢴다.

그래서. 그날밤. 우리 주님이. 야곱을 직접 찾아오신다.
불안함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야곱의 마음을 직접 만져주시며.
하나님의 얼굴/하나님의 현현을. 야곱이 직접 경험하도록 하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아침. 야곱의 모습을 보며.
"몸부림"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정말 살기 위해서. 어떻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나님 앞에 "몸부림" 치는. 야곱의 모습이 인상적이고.
형의 마음을 풀어주고. 어떻게든 형의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어떻게든 "몸부림" 치고 있는. 야곱의 모습이.
얼마나 짠하고. 찡하게 느껴지는가.

하지만. 주님은. 야곱의 '몸부림'을 싫어하지 않으셨다.
"이놈의 새끼.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딴 생각을 하고 있네"라고 책망하지 않으셨고.
이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당연한 감정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진심으로 받아주셨다.

그리고. 주님은. 이것을. "마음의 소원/기도"로 치환해 주셨다.
"니가 얼마나 애가 타면. 그렇게 몸부림을 치며. 살 궁리를 하냐.
내가 니 마음을 알겠다"며. 그의 마음을 받아주셨고.
"하나님. 저 한 번만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하며. 몸부림치는. 야곱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의 기도를. 기쁘게. 소중하게 받아주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몸부림" 치는 신앙이 아닐까?

우리가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고상하게/점잖게 살아갈 것인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고.
쥐도 코너에 물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인데.
우리가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긋하게 자리를 펴고 앉아서. 유유자적하며. 한가로이 지낼 것인가.

그것은. 믿음이 좋은 것이 아니라. 믿음이 없는 것이다.
아직 등이 따시고. 아직 배가 부른 것이고.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고. 아직 정신을 못차린 것이다.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자각할 수 있으며.
자각하지 않은 사람에게. 어떻게 은혜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
우리가. "몸부림"치기를 원하시는 것 같다.

"정말 다급하냐? 정말 절박하냐?
그러면. 기도해라. 그러면 몸부림쳐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렇게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개죽음 당하지 말고.
어떻게든. 손을 뻗어 나를 잡으려 하고.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니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네 삶을 경영하고. 돌보도록 하여라. 은혜는 거기서 나는 법이니라."

그렇기에. 우리는 야곱을 욕할 수 없다.
야곱은 여전히 속임수로 가득한 인간이라고. 그를 조롱할 수도 없고.
야곱은 여전히 자기 밖에 모르는 인간이라고. 그를 책망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야곱은. 그래도 하나님 앞에. "몸부림"치는 사람이었지만.
우리는. 그 "몸부림"조차도 치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앉고. 그냥 주저 앉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야곱의 모습이.
오늘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오늘 나는. 어떤 사람인가?
오늘 나는. 야곱과 같은 사람인가? 아니면. 야곱만도 못한 사람인가?

부디. 주께서 잠들어 있는 우리의 심령을 흔들어 깨우시고.
우리가 주님 앞에. "몸부림"치며. "기지개"펴는.
그런 하루가 되면 좋겠다.


(feat. 오직 주만이(나의 영혼이 잠잠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