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7(월) 시 9:13-20
시 9:13-20
잠이 오질 않는다.
주일 사역을 마치고. 피곤한 몸과 마음에. 일찍 잠들었지만.
이른 새벽. 다시 깨버렸다.
오늘을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하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전광훈으로 비롯되는. 일련의 교회 모습 때문이다.
자기가 예언자인 듯. 날뛰는 모습에. 할 말을 잃어버렸고.
이를 추종하는. 극우 개신교 모습에. 탄식만 더할 뿐이다.
우리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한국 교회가 욕을 들어먹자. 사람들은 그제서야 반응한다.
"다 그런 건 아니야. 전광훈을 비롯한 일부 사람들이 그런 거지. 다 그런 건 아니야."
맞는 말이다. 일부 사람들이. 똥을 싸지르고 다니는 거 맞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집안 단속은 집안 사람들이 해야 했다.
흡니와 비스하스가. 똥 싸지르고 다닐 때. 그 일차적인 책임은. 엘리 제사장에게 있었다.
하지만. 엘리 제사장은. 알면서도 엄중히 다스리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타이를 뿐이었다. 제 가족이었으니까.
사람들 눈에는. 제 식구 감싸는 정도로만. 비춰졌을 테다.
결국. 이스라엘은 곤경에 처하게 되었고.
흡니와 비느하스는. 죽음으로 자신의 죗값을 치르게 되었다.
엘리 제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두 아들의 소식을 듣고. 의자에서 떨어져 목이 부러져 죽었다.
하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다음이었다.
이스라엘은.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언약궤를 빼앗기게 되었고.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뤄야 했다.
그런데. 그날의 모습이. 마치 오늘의 모습 같다.
"언약궤만 있으면 전쟁에 승리할 수 있다고 맹신하던 모습"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돌이키지 않는 모습"
"자정 능력을 상실한 모습"
"잘못을 알고도. 어느 누구 책망하고. 책임지지 않는 모습"
마치. 오늘날 우리의 모습 같다.
그래서. 할 말이 없다.
아니.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다.
너무 민망하고. 죄스럽고. 부족하고. 한심하기에.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저 '죄송하다'며. 고개를 조아릴 뿐인다.
교회가 다시 회복하려거든.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제 식구 감싸기. 꼬리를 자르고. 선을 긋는 모습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
'침묵의 카르텔'로 일관해서도 안 된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망한다.
교회의 가장 심각한 위험 요소는.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벽에 말씀을 보면서. 통애하는 마음으로 기도한다.
"하나님. 이방 나라들은.
자기가 판 함정에 스스로 빠지고. 자기가 몰래 쳐 놓은 덫에 자기 발이 먼저 걸립니다.
악한 사람은. 자기가 꾀한 일에 스스로 결려 넘어집니다(시 9:15-16).
한국 교회가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기 얼굴에 침을 뱉으며. 자기가 싸놓은 똥을 스스로 먹고 있습니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량처럼.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누가봐도 미친 짓인줄 아는데.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신이나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 어쩌면 좋습니까...
악인들이 갈 곳은. 스올 뿐이며.
하나님을 거역한 뭇 나라들이 갈 곳도 그곳 뿐인데(시 9:17).
어쩌면 우리의 결말도 그렇게 될까. 심히 두렵고 떨릴 뿐입니다.
하나님. 어쩌면 좋겠습니까...
그렇기에. 주님. 주님 앞에 엎드려 간구할 뿐입니다.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우리의 허물과 잘못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우리의 교만을 용서하여 주시며.
우리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사람이 주님과 맞서지 못하게 하시며.
주님의 거룩한 빛 앞에. 두려워 떨게 하시며.
우리는 그저. 한낱 사람에 불과함을 스스로 알게 하여 주십시오.
어둠이 깊어. 등불이 꺼져가던 시대에.
'사무엘'을 준비하였던 것처럼.
오늘 우리에게도. 그런 사람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사무엘'이 머물던 그곳에는.
아직 하나님의 등불이 꺼지지 않고. 환하게 밝아 있었던 것처럼(삼상 3:3)
오늘 우리에게도. 그런 사람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사무엘아. 사무엘아' 하시며. 주님이 애타게 그를 찾으셨던 것처럼.
우리는 주님의 말씀 앞에. 겸손히 귀 기울이며. 순종하게 하여 주십시오.
그래서. 우리가 다시 주의 날을 볼 수 있도록.
주님의 자비와 은혜 앞에. 겸손히 돌이킬 수 있도록.
주님 우리를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이 아침. 통애하며. 자복하며. 주님 앞에 엎드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