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3:1-10

'익숙하다'는 것은. '당연하다'의 또 다른 표현이다.
매일 마주하는 일상이기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고.
별다른 의문이나. 질문 또한 갖지 않는다.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길들여져 간다.
현실 순응적인 백성이 되어가며.
거룩한 상상력과 엉뚱한 실험을 하는 사람들에게.
'무모하다'는 말을 건내기 일쑤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일상 또한 그렇다.
사람들은. 때가 되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가고.
때가 되면. 성전 미문 곁에. 앉은뱅이 한 사람이 머물러 앉는다.

그리고 그는. 습관대로. 구걸하기 위해 사람들을 쳐다 보았으며.
기도하러 가던 사람들은. 그 곁을 스쳐가며.
적선하는 것 이상으론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

이것이 그들에게. 당연한 일상이었으며.
하나의 풍경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운 하루였다.


그런데.
여기에. '딴지'를 걸며. '의문'을 제기하는 한 사람이 있다.
베드로와 요한이었다.

앉은뱅이는. 늘 하던대로.
구걸하기 위해. 베드로와 요한을 쳐다 보았는데.
이 사람이. 돈은 안 주고. 자기를 '뻔히' 쳐다만 보고 있다.
"돈 안 줄꺼면. 그만 쳐다 보고. 꺼져!"라고 말할 찰나에.
그가 이렇게 말한다.

"우리를 보시오! 은과 금은 내게 없으나.
내게 있는 것을 그대에게 주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시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아 일으키니.
그가 힘을 얻어서. 벌떡 일어나 걷게 되었다.
그리고. 40여년 동안.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던.
늘 문 밖에서 바라만 보았던. 성전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누구와 함께? 베드로와 요한과 함께!
그들은. 함께 주님을 찬양하며.
함께 주님을 예배하며. 함께 주님 앞으로 나아갔다.


말씀을 보며.
이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질문해 보았다.
"베드로와 요한이. 특별했기 때문일까?"
"그들은. 우리와 다른 능력을 가졌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다만. 그들에겐.
한 사람을 향한. 진실한 사랑/긍휼의 마음이 있었다.
현실에 길들여지지 않고.
현실 너머에서 일하시는. 주님의 약속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있었다.

마치. 예수님이 잡히시던 그날 밤에.
제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낙심해 있을 때.
주님이 그들을 찾아와. 그들의 손을 붙잡아 일으켜 세우셨던 것처럼.

40년이라는 세월 동안. 아무런 소망도 없이.
절망 앞에 주져 앉아있는. 앉은뱅이의 모습 속에서.
자신들의 과거를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제자들은. 주님이 그들에게 하셨던 것처럼.
그이 손을 붙잡아 일으켜 준다.

"주님이 나를 일으켜 세워주셨던 것처럼.
우리 주님이. 당신을 일으켜 세워주길 소망합니다.
은과 금은 내게 없지만.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십시오."

그들의 간절한 소망과 기도가. 이뤄지게 된 것치다.
거룩한 불만족이. 주님 나라를 꿈꾸게 한 것이다.


오늘 우리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현실의 무게 앞에 짓눌려. 아무런 꿈도 꿀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주님이 우리의 눈을 열어주시길 기도한다.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어서.
근육에 힘이 없고. 걸어볼 용기/시도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주님이 우리의 손을 붙잡고. 함께 발을 떼 주시길 기도한다.

마음의 낙심과 절망 속에 사로잡혀 있는 자들에게.
주님이. 소망을 주시며. 새 힘을 주시길 소망하며.

나 홀로 놓여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곁에 친구 주시기를 기도한다.


이것은. 헛된 꿈이 아니다.
'익숙함'에 길들여 지지 않고.
'구체적인 약속/소망'을 바라볼 때 가능한 것이며.
그 약속은.
형제자매를 향한 진실한 사랑과 긍휼함에서 찾아온다.

오늘 우리 공동체는. 어떠할까?
오늘 내 눈이 머물며. 내 발이 찾아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
베드로와 요한이. 그를 일으켜 세워주었던 것처럼.
오늘 우리 주님이. 우리를 일으켜 주시며.
우리를 세워주시길 기도한다.

"함께" 성전으로 들어가며.
"함께" 주님을 찬양하는. 오늘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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