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38편
시인은. 극심한 고통 가운데 놓여 있다.
자신의 죄 때문이다.
나의 어리석음과 잘못 때문에. 이런 고통을 받고 있기에.
시인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그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냉엄하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댓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마저도. 그를 비난하고 떠났다는 것이다.
아무도 그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철저하게 버림받았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그를 죽일 수 있을까" 악을 도모할 뿐이며.
시인의 처지와 고통을 헤아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이. 오늘 시인이 겪고 있는. 처지/실제였다.
그렇기에. 시인은. 고통 속에. 주님께 울부짖는다.
"주님.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저의 잘못 때문에. 제가 이 고통을 당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의 어리석음 때문에. 이 일이 벌어졌으니.
주님의 손에 매를 맞고. 주님께 책망을 받는 것이. 마땅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 그렇다고 해서.
주님의 이름이 멸시를 받아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은. 나를 빌미로. 당신을 욕하고. 당신을 조롱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주님. 바라기는.
내가 당신의 손에. 붙여질지언정.
사람들의 손에는. 붙여지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원수들이 나를 비웃지 못하게 하시고.
나의 발이 힘을 잃고 비틀거릴 때에도.
그들이 나를 보고 우쭐거리지 못하게 해 주십시오.
그렇기에. 주님 앞에 이렇게 간구합니다.
주님. 나를 버리지 말아주시고. 주님. 나를 멀리하지 말아 줏비시오.
주님. 우리를 구원하시고.
주님. 우리를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그런 측면에서. 시편 38편을 보는 가운데.
'삼손'의 얼굴이 스쳐갔다.
어찌보면. 삼손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그는 자신의 잘못/어리석음 때문에. 블레셋의 포로로 잡혀갔다.
머리는 잘리고. 두 눈은 뽑히고.
놋사슬에 묶인 채. 감옥에서 연자맷돌만 돌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삼손을 향해. 공개적으로 조롱과 멸시를 일삼았으며.
그는. 입이 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묻겠는가.
자신의 잘못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삼손은. 그 때. 하나님 앞에 이렇게 기도한다.
"주 하나님. 나를 기억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이번 한번만 힘을 주셔서.
나의 두 눈을 뽑은 블레셋 사람들에게. 단번에 원수를 갚게 하여 주십시오.
나는 비록 범죄하였고. 하나님 앞에 아무런 변명조차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하나님을 조롱하며.
승리의 노래를 부르는 것을. 도무지 볼 수는 없겠습니다.
주님. 그러니. 한번만 나에게 힘을 주시기 바랍니다.
주님. 나를 버리지 마시고. 나를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주님. 이번 한번만 나를 구원하사.
주님.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옵소서."
그런 측면에서.
오늘 시인의 기도가. 또 삼손의 기도가.
오늘 우리의 기도이기도 하다.
쇠락해가는. 한국 교회/공동체의 모습을 보며.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
엄밀히 말하면.
우리의 죄 때문에. 우리가 벌을 받으며.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온 몸의 상처가 곪아터져 악취를 내며.
우리의 잘못 때문에. 주님께 화를 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오히려. 그저 주님 앞에 읊조리며. 이렇게 말할 뿐이다.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이르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눅 18:13)"
어찌보면. 오늘 우리가 드려야 할 기도도. 이와 같지 않을까.
스스로 의롭다고 확신하고. 남을 멸시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내가 원하는 것은. 주님의 자비와 인애를 구하며.
주님 앞에 자기를 낮추고. 통애하는 삶(눅 18:14)"을 사는 것이라고.
주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오늘 우리의 삶도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기에. 이 아침.
나도 주님의 자비와 인애를 구하며. 오늘의 삶을. 주님께 의탁한다.
나를 살리며.
오늘 우리를 다시 살게 하시는 분은. 오직 주님 밖에 없으니.
그 주님의 은혜와 자비를 구하며.
오늘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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