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62편

요즘 내 삶을 생각하면. '재미가 없는 것' 같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다.
도리어. 아무 일도 없기 때문에. 재미가 없는 것 같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것도 아니고.
사역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주어진 일. 내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다 보니.
'일'은 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재미'는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무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여기서 무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내가 정말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친 것 같기도 하다.
지난 1년 동안. 너무 열심히. 세차게 달려오느라 지친 것 같기도 하고.
향방을 잃은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동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자원하는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아침.
"잠잠히"라는 단어가 마음에 계속 부딪혀 온다.

"내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기다려라."
"내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기다려라."

마치. 물에 빠진 아이가.
도움의 손길/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모습과 유사하다.

실제로. 물에 빠진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가 무엇인가.
지금 당장. 뭐라도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아서.
어떻게든 이 바다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허우적 거리지 않는가.
하지만. 그러다가. 몸에 힘이 들어가고. 물에 빠져 죽기 마련이다.

도리어 그 때 필요한 것은.
몸에 힘을 빼고. 잠잠히 도움의 손길/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이다.

주께서 나를 인생의 바다 위에 두신 목적이 무엇일까. 깊이 생각하며.
주님의 바람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불어오는지.
우리의 관심을. 바로 그 곳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시간. 주님 앞에. '잠잠히' 나아간다.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든 뭐라도 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내 영혼이 잠잠히. 그분 앞에 머무르며.
내 영혼이 잠잠히. 주님의 도우심을 기다리며.
하나님만 바라보기 소원한다.

오늘 하루. 날 향한. 주님의 음성과 사랑 앞에.
내 영혼이 깊이 침잠하길 소원하며.
오늘 하루를 겸손히 주님께 의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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