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88편
오늘 말씀을 보면. 시편 기자의 참혹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시편 기자가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도. 참 무겁고. 슬프다.
고난. 죽음. 무덤. 스올. 버림받음. 살해당함. 시체.
밑바닥. 구덩이. 칠흑 같은 어둠. 배신. 진노. 압도/압살.
소진. 고통으로 눈이 흐려짐.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이런 말들을 내뱉는 걸까…
근데 이게 끝이 아니다.
15절과. 18절을 보면. 시편 기자의 인생 자체가. 너무 힘겹고 어려웠을 것 같다.
실제로. 15절을 보면. 시편 기자는.
"나는 어려서부터. 고통을 겪었고.
나는. 지금까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왔다"고 말하고 있고.
18절을 보면.
"내 친구는. 어둠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좋은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인간답게. 제대로 살 수 없었고.
매일매일 고통을 겪으며.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온 시간.
이게 어떻게. 사는 게 사는 거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둠 속에서. 어둠과 대화하고. 어둠만이 내 친구라고 말하는 그의 마음이.
얼마나 외롭고. 또 고통스럽겠는가.
그렇기에. 우리는. 시편 기자의 삶을. 함부로 논할 수 없다.
왜 이렇게 비관적이냐라던지.
왜 이렇게 믿음이 없다고 말하던지.
정말 하나님이 너의 삶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냐며.
삶의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기뻐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함부러 말해서도 안 되고. 함부러 평가해서도 안 된다.
그는 분명.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험악한 세월. 험난한 세월을 살아온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오늘. 시편 기자가 놓여있는. 삶의 정황. 그의 처지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주님을 향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어찌보면. 이런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저주하고. 하나님을 외면할 법도 한데.
그는. 시종일관/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주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기에. 시편 기자는.
"낮이나 밤이나(1절)" 주님께 부르짖는다.
"온종일(9절)" 주님께 부르짖고.
또. "새벽에/첫 새벽에(13절)" 주님 앞에 나아가.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을 부르짖는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 속에서. 정말 주님의 도움이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에.
하루하루.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주님께 부르짖고 또 부르짖었던 것이다.
이처럼. 시편 기자의 믿음은. 날 것의 믿음이었다.
고상한 말로. 우아한 말로. 정제된. 다듬어진 기도가 아니라.
야생의 피와 살이 뚝뚝 떨어지는. 살아있는. 하지만. 거침없는.
야생의. 날 것 그대로. 사랑있는. 진실한 믿음이었던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말씀은.
"너는 이와 같은 믿음이 있냐?"고. 우리에게 되물어 보는 것 같다.
나는. 정말 시편 기자와 같은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 간구하고. 또 간구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원망하고. 그를 떠나지 않고.
주님께 기도하고. 주님의 도움을 구할 수 있을까?
나는. 인생의 밑바닥. 수렁 가운데서도.
주님을 기다리고. 주님께 두손을 들고 기도할 수 있을까?
차마. 쉽게 대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에게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함부러. 속단해서 말할 수도 없고.
인생의 작은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힘겨워하고. 어려워하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나 역시 그와 같은 상황 속에서.
어찌 보면 하나님을 떠나고. 하나님을 외면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오늘 시편 기자의 기도가. 더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것 같다.
그리고. 15절에 기록된 말씀이. 이제는 이와 같이 읽히는 것 같다.
나는. 어려서부터. 고통을 겪었고.
지금까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왔다>가 아니라.
나는. 어려서부터. 고통을 겪었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다>고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나와 우리 공동체도.
전장에서/또 죽음의 문턱에서. 허우적되며. 살아가는 믿음이 아니라.
전장에서/또 죽음의 문턱에서. 주님을 의지하고. 주님을 의뢰함으로.
우리 주님께. <살아 돌아오는> 생생한 믿음. 살아있는 믿음 되길 소원한다.
그렇기에. 이 시간. 주님 앞에. 이 찬양을 들고 나아간다.
"믿음이 없이는. 기쁘시게 못하나니.
고된 수고도. 다 헛될 뿐이라.
믿음이 없어서. 무너진 삶의 모든 자리에.
다시 주님을 기다립니다."
오늘 하루. 그 주님의 은혜와 사랑이. 우리를 붙들어주시길 소원하며.
오늘 하루를. 겸손히 주께 의탁한다.
(feat. 믿음이 없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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