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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8.31 :: 2021.08.31(화) 왕상 1:1-10
왕상 1:1-10
지난 주말. 처가에 다녀왔다.
칠순을 앞둔 장인. 장모님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허리가 좋지 않음에도. 복대를 차고 식사를 준비하시는 어머님이 마음에 걸렸고.
이전에 비해. 웃음을 많이 잃으시고. 힘도 많이 빠지신 것 같은.
아버님의 모습도 마음에 많이 밟혔기 때문이다.
집으로 오는 길.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인생의 황혼길에 접어드는. 부모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여러 생각과 마음이 교차하였다.
근데. 오늘 다윗의 모습을 보면서도. 비슷한 마음을 품게 된다.
한때 천하를 호령하고. 골리앗 앞에서도 절대 주눅들지 않던 다윗이었건만.
다윗의 말년 또한 얼마나 쉽지 않았는가.
실제로 오늘 본문을 보면.
성경 기자는. 다윗의 말년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다윗의 나이가 많아 늙으니. 이불을 덮어도 덮어도 따뜻하지 않았다(1절)"
어찌보면.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이런 다윗의 모습이. 왠지 측은하게 느껴진다.
한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후계자가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아도니야'는.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고 떠들며. 궁을 활보하였다.
성경 기자는. 그런 아도니야의 모습을. 보다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병거를 마련하고. 기병과 호위병 50명을 데리고 다니며(왕상 1:5)"
"양과 소와 살진 송아지를 잡아서. 잔치를 베풀며.
그곳에 자기 형제들과 신하들을 불러다 모았다(왕상 1:9)"
하극상도 이런 하극상이 없다.
왕이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셀프 추천을 하고. 스스로 왕 노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다윗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다.
아니. '않는다'는 표현보다. '못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다윗은 지금.
자기 한몸도 간수하지 못하는. 이빨 빠진 호랑이와 같은데.
어찌 국정을 바로 다스리며. 아도니야와 맞서 싸울 수 있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다윗의 모습이. 서글프고. 짠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엘리 제사장과 사무엘의 모습도. 자연스레 함께 오버랩 된다.
홉니와 비느하스가. 개망나니 짓을 벌이며. 싸돌아 다닐 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엘리 제사장의 말년도 생각나고.
아버지의 길을 따라 살지 않고.
돈놀이에만 정신이 팔여 있는. 사무엘의 아들들을 바라보며.
아무런 대처/반응도 하지 못하는. 사무엘의 모습도 같이 연상된다.
처음에는. 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왜 이렇게 단호하지 못하지?
왜 자식 새끼 하나 관리 못해서.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지?"라는 마음으로.
그저 씩씩거리기 바빴는데.
오늘은. 그랬던 그들의 처지가. 조금 이해되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 거니까.
하지만. 오늘 만큼은.
그랬던 그들의 처지가. 조금이나마 이해되긴 한다.
"그래. 나이가 들면. 못 할 수도 있겠지.
자식들 보다 힘도 약해지고. 권위도 다 떨어졌는데.
무슨 수로 자식들을 이길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측면에서. 그들의 말년도. 참 비참하고. 쓸쓸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생무상을 느낀다.
바라는 대로. 뜻하는 대로 굴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고.
자식 농사 제대로 짓기 힘든 것도 인생이다.
그동안 아무리 모든 일을 잘 했다 하더라도.
말년에 인생이 꼬여 버리면. 그걸로 인생이 꽝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말년에. 험한 꼴을 보지 않고. 아름답게 감사히 마무리 할 수 있는 것도.
참 큰 복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주님 앞에 이렇게 기도하게 된다.
"주님. 오늘 아침. 말씀을 읽으며.
우리의 유한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한 때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였지만.
노년이 되면.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런 우리의 처지가.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님. 그렇기에 주님의 은혜와 자비를 구하게 됩니다.
주님. 바라기는.
우리 인생의 유한함 속에. 주님의 크심을 발견하게 하여 주시고.
주님 안에서. 우리 인생이 복되고. 평안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 속에서.
주님의 도우심과 자비가 있게 하여 주시고.
우리의 삶 가운데. 주께서 일하시고 역사하시는 흔적을.
우리가 발견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늘 하루. 우리가 그 주님을 발견하고. 체험하는 하루 되길 소원합니다.
주님. 우리의 연약함을 긍휼히 여겨 주시고.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오늘 하루를 겸손히 주께 의탁드리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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