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27:27-38

폭풍을 만난 지. 14일째다.
'난 누구인지. 여기는 어디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정처없이 바다를 떠돌아 다닐 뿐이다.
식욕조차 없었다.
처음에는. 정신없이 몰아치는 비바람에.
몸을 가누기 힘들어. 밥을 먹을 여유가 없었다면.
지금은. 삶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내려 놓았기에.
도무지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는다.
그렇게. 살아있으나 죽은 것과 다름 없는. 2주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선원들이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육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혹시나 하여. 물 깊이를 재어 보았다. 역시나 였다.
물깊이가 20길, 15길. 조금씩 얕아지고 있었다. 육지가 가까워졌다는 말이다.
그렇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조금씩 비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얘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선원들이 뒷통수를 날린 것이다. 30절 말씀이다.
"선원들이 배를 버리고 달아나려고.
이물에서 닻을 내리는 척하면서. 바다에 거룻배를 풀어 내렸다"

욕이 절로 나온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조금 있으면. 육지에 도착하니. 힘을 내슈!'라고 말할 법한데. 그런 말이 없다.
오히려. '지들 혼자 살려고. 몰래 도망치려 하다니'...
세월호 사건이 절로 연상된다. 나쁜 놈들.
만약. 이 소식을. 다른 사람들이 듣게 되었다면.
얼마나 허탈하고. 힘이 쭈~욱 빠졌을지. 상상할 수 없다.

바로 그때. 사도가 이 일을 목격하였다.
선원들의 야비한 계획/꼼수를. 수포로 돌아가게 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 지난 14일 동안. 마음을 졸이며.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이제 음식을 좀 드십시오. 그래야 목숨을 유지할 것 아닙니까.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다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 음식을 드시고. 힘을 내십시오."

그리고. 36절 말씀이 인상적이다.
"그러자. 사람들은. 모두 용기를 얻어서 음식을 먹었다."
사도의 말에. 위로를 얻고. 힘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불안함이 가시고.
희망의 빛이 그 마음의 어두움을 몰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말씀을 보며. 나는 어느 부류의 사람인가. 돌아보게 된다.

'자기 목숨 하나 지키기 위해'
배를 버리고. 사람들을 버리고. 도망치려 하였던 뱃사람들.
편협한 이기주의와 기회주의에 물들어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리 모두의 목숨을 돌보기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주고. 사랑으로 돌보는. 예수의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곰곰히 살펴보며.
선원들의 모습을 욕할 것이 못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게 인간의 본성이니까.
위험이 닥치면. 자기를 살피고. 자기를 보호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니까.
인간은 그렇게. '약육강식/적자생존'의 룰을 따라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참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참 인간으로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 보여주셨다.
그것은. '나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길이다.
생명의 말씀을 나눠주며. 생명의 떡을 나눠주며.
그들에게 소망의 위로를 건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도가 예수의 길을 따라. 생명의 말씀/떡을 건내었고.
그 배에 타 있던. 263명의 사람들은. 다시금 힘을 얻고. 용기를 내기 시작하였다.

오늘 나와 우리 공동체의 삶이 그러하길 소망한다.
우리 안에 있는. 선원들과 같은 이기주의/기회주의의 본성을 십자가에 못 박고.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세우는 일에. 함께 동참하길 원한다.
이것이야 말로. 주님이 기뻐하는 일일테니 말이다.

오늘 우리에게 주님의 그러한 은혜가 있기를.
또 우리를 통해. 주님의 은혜가 흘러가기를 소망하며.
이 하루를 주님께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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