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27:39-44

식사를 마치고. 그들은 힘을 얻었다.
그늘진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살벌한 침묵만 가득했던 갑판대에. 조금씩 말들이 오가기 시작한 것이다.
바울 덕분이었다.
'이제는 먹을 것을 좀 드시오. 우리 모두는 안전할 것이오'라는.
사도 바울의 위로와 격려 덕분에.
사람들의 마음에. 힘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날이 밝자.
그들은 눈 앞에 보이는 육지를 향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야~~!! 이제 살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제 '한마음과 한 뜻으로' 배를 대기로 작정하였다.
소망 가득한. 그리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일은 뜻대로 풀리진 않았다.
배는 모래톱에 껴 버렸고. 이물은 그 모래속에 박혀서 움직이질 않았다.
더욱이. 뒤에서 불어오는 세찬 물결에. 배 고물은 깨지고 말았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만 것이다.

그러자. 로마 군사들은. 이런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로마로 어떻게 돌아가지?"
"로마로 돌아간다 한들. 죄수들이 여기서 탈옥/탈주해 버리면.
그 책임을 우리에게 물으실텐데.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지?"
그들은. 곧 두려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차라리' 죄수들을 죽이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나보다.
그러면. 자신들의 책임 또한 덜어지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인가.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배에 탄 모든 사람들(276명)이. 한 자리에 어울려 식사를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로 격려하였는데.
불과 몇 시간만에. 다시금 전쟁터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오늘 우리의 모습과 참 유사한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다짐을 하고. 새로운 마음을 먹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지고. 깨지는 우리의 모습 말이다.

그런데. 바로 이때. 이 모든 일의 책임을 맡고 있는 "백부장 율리오"가 나선다.
"Stop! 군사들은 움직이지 말고. 모두 자기 자리를 지켜라."
"사람들을 죽여선 안 된다. 혹시라도 일이 잘못 되거든.
내가 책임을 질테니 염려하지 말아라."
"사람들은 들으라.
헤엄 칠 수 있는 사람은. 헤엄을 쳐서 육지로 가고.
헤엄을 칠 수 없는 사람은. 널빤지나 부서진 배 조각을 타고 육지로 가거라.
모두 살아 남아야 한다."
얼마나 멋있는 모습인가.
자신이 책임을 지고. 자신이 먼저 앞에 나서는 모습이. 참 아름다고 귀하다.

결국. 백부장 율리오의. 신속정확한 판단 덕분에 모든 사람이 구원을 얻게 되었다.
자칫. 피 비린 내 가득할 뻔했던 전장에. 다시금 평화가 찾아오게 된 것이다.

말씀을 보면서.
'백부장 율리오는 어떻게 이런 선택/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백부장 율리오의 이런 변화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묻게 되었다.
그리고. 말씀은 분명히 답하고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사람, 바울" 때문이라고.

실제로. 그는 얼마전만 하더라도. 바울을 믿지 못했고
바울의 얘기는 귓등으로 듣지도 않았던 사람이다(행 27:11).
하지만. 지난 2주 동안 바울이 보여준 모습은. 그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였다.
바울이 보여준 선한 격려와 책임지는 모습이. 잠들어 있는 그를 깨운 것이다.
"아~! 그는 단지. 로마로 끌려가는 죄수 중 한 명이 아니구나.
그가 믿는 하나님은 참 살아계신 하나님이구나.
나도 바울처럼. 그 하나님을 한 번 믿어보고 싶다."
결국. 바울을 향한 신뢰와 존경의 마음이. 바울을 구하게 되었고.
그의 각성된 모습이. 모든 사람을 구원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믿음도 그러하지 않을까?
마더 테레사 수녀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을 하였다.

"저는 결코. 많은 사람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한 사람을 바라볼 뿐입니다.
저는 한 번에.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번에.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 한 사람을 붙잡지 못했다면.
4만 2천명의 사람을 붙잡지 못했겠죠.
여러분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의 가족에게도. 당신이 다니는 교회에서도.
우리는 한 번에 한 사람만 사랑할 뿐입니다.
그러면. 그 다음은 절로 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걸음도 그러하다.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고. 세상을 뒤집어 엎을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행동이 무익하고. 소용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 우리 곁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목할 때.
주님께서 그것을 기뻐하시고.
그를 통해. 하나님 나라가 이뤄져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편 기자의 고백처럼.
"내가 큰 일을 행하려 욕심부리지 않고"
오늘 내 곁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목하길 원한다.
그러면. 우리의 작은 사랑을 통해.
아니. 작지만 크고 진실한 사랑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이뤄지고 실현되어 갈 것이다.

오늘과 내일.
또 길게는 다음주 화요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며. 무엇을 꿈꾸며 살아갈까?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음이 바뀌며.
전장터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평화를 전하는. 우리의 삶이 되길 기도한다. 

너와 나. 우리 모두는.
하나님이 보내신 사랑의 편지이며. 그리스도의 향기이다.
우리를 통해. 그분의 생명이 흘러가기를 소망하며.
오늘 우리의 삶을 주님께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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