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19:17-27

극한의 상황에 달하게 되면.
우리는. 인간 본연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수련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모든 긴장이 풀어지면서.
그동안 받아왔던. 스트레스와 피로가. 한순간에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면. 예민해 진다.
이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받아 넘길 수 있는 일일텐데.
그 때는 작은 것 하나도. 거슬리고 짜증을 내게 된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혜로 충만했던 사람이.
한순간에 짐승으로 돌변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난감해 하지만.
그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게 되면.
우리는 인간 본연의 실체를 마주하게 되고.
그 끝에는. 길들여지지 않은. 한 마리의 짐승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의 연약함이며. 그것이 인간의 죄성이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보면.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시는. 한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시다.

실제로 그가 겪은. 고통을 생각해 보라.

무거운 십자가를 들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신 그의 몸 상태는 어떠했을까?
로마 군병들의 채찍과 매질에. 그의 살갗은 다 떨어져 나가고.
얼마나 쓰리고 고통스러웠을까.

그런 상태에서. 가시 면류관을 쓰고.
당신의 손과 발을 십자가에 못 박았으니.
어느 누구라 하더라도.
그에게서 '인간다움'을 기대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런 상황 속에서. '인간다움'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우리 가운데 어느 누가.
죽음의 문 앞에서 초연하고.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겠는가.

화를 내고. 소리 지르고. 제발 살려달라고 몸부림 치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님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셨다.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에 대한 연민보다.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애절함으로 가득했으며.
자기에게 주어진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기 위해 몸부림 치셨다.

그렇기에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여자여. 울지 마소서. 어머니 울지 마세요.
저는 떠나지만. 여기 당신의 아들이 있습니다.
저는 당신 곁을 떠나지만. 여기 있는 요한이 당신을 돌봐줄 것입니다.
슬퍼하지 마십시오. 울지 마십시오.
저는 떠나지만. 영원히 당신 곁에 있을 것입니다.

요한아. 우리 어머니를 너에게 부탁한다.
남이라 생각하지 말거라.
정말 너의 어머니라 생각하고. 그의 아픔과 슬픔을. 네가 달래주거라.
이것이 너를 향한. 나의 마지막 부탁/당부니라."


그런 측면에서.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나는.
고통스러운 삶의 자리 앞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며 살고 있을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통을 싫어하기에.
어떻게든 그 자리를 외면하려 하고.
극한의 상황이 되면.
저마다 길길이 날뛰고. 짐승처럼 몸부림치고. 소리지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하지만…

우리는. 길들여지지 않은. 인간의 본성대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우리 주님이 보이신 것처럼.
그리스도를 닮아. 참된 인간으로 살아갈 것인가…


말씀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기도하게 된다.

"주님. 당신의 모습을 보자니. 따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도. 주님처럼 살아가며.
주님 걸어가신 길을 따라가고 싶지만.
좀처럼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저의 연약함을 너무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이 너무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님.
바라기는. 제 안에 있는 짐승을. 주께서 길들여 주시길 간구합니다.
인간의 생각과 감정대로. 반응하고. 분노하며. 짜증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님이 보이신 것처럼.
참된 사랑의 길로. 참된 생명의 길로 나아가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극한의 상황 앞에서. 인간적인 방식으로 반응하고. 소리지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님의 모습을 닮아. 참된 '인간다움'의 길을 포기하지 않게 하시며.
그리스도 안에서. 아름다운 성령의 열매를 맺게 하여 주십시오.

비록 그 길이 멀고 고단하며. 참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주님과 함께 걸어가게 하여 주십시오.

그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갑니다.
주님 우리에게 사랑을 부으시고.
주의 마음으로 충만하게 하여 주십시오.

오늘 하루를 주께 의탁드리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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