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3(토) 요 19:38-42

요 19:38-42

'다잉 메시지(Dying Message)'란.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죽어가면서 남기는 전언을 뜻한다.
다잉 메시지의 주된 내용은. 살인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이며.
그런 측면에서. 다잉 메시지는.
범인을 찾아내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되곤 한다.

예수님의 죽음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실 때. 온 땅에 어둠이 임하였으며.
그가 큰 소리를 지르며. 숨을 거두실 때.
성전의 휘장은. 위에서 아래로. 크게 찢어졌다.

그렇기에. 예수의 죽음을 바라보던 백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그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막 15:39)'
예수님의 죽음을 목격한 다음에서야.
비로소 그에게 죄가 없으며. 그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처럼 예수의 죽음은. 로마 백부장 뿐만 아니라.
그를 따르던 수많은 사람에게도 감흥/도전을 주었다.

실제로. 오늘 본문에 나오는.
아리마대 사람 요셉과. 바리새인 니고데모의 삶도 그러하다.

그들은. 유대 사람이 무서워서. 예수의 제자임을 숨기고 다녔거나(38절).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아무도 몰래 한밤 중에 예수님을 찾아가곤 하였다(39절).

하지만. 예수님의 죽음을 목격한 다음.
그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당당히 빌라도를 찾아가 예수의 시신을 요구하였으며.
니고데모도.
당당히 예수님의 시신을 모셔다가. 그의 장례를 치뤄주었다.

예수의 죽음이. 그들을 각성시킨 것이다.
예수의 죽음이. 그들 안에 있던. 믿음의 불을 당겼으며.
예수의 죽음이. 잠들어 있던 그들의 영혼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예수의 죽음을 바라보며. 당신의 이 말씀이 떠오른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24)"

주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몸을 내어주셨건만.
우리는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주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셨건만.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바라기는. 오늘 우리도.
예수의 삶을 따라.
자기를 비우며. 자기를 깨뜨리며. 자기를 허비하는 삶을 살아가길 소원한다.

특별히. 오늘 제주 4.3 사건을 기억하며.
아무 이유 없이. 자신의 삶을 마감한 이들을 추모한다.

민주화 운동을 위해.
오랫동안 자신의 삶을 허비하며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희생을 기억하며.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와 평화가.
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산물인 것을 기억한다.


그렇기에. 오늘 우리도.
우리 주님 걸으신 길을 따라 걸으며.
이 땅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임하길 기도한다.

우리의 삶은. '잉크 자국'이 아니라.
'핏 자국'으로 삶의 기록을 남겨야 할 터이오니.

'잉크 자국'은 종이에 새겨지고.
언젠가 얼룩지고. 그 종이는 찢겨 버려질 지 몰라도.
'핏 자국'은. 사람들의 가슴/정신에 기록 남아서.
결코 오염되거나. 영원히 찢겨 버려질 수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