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 1:1-21

사사기 1장은. 유다 지파의 가나안 정복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호수아가 죽은 뒤. 이스라엘 자손이 하나님께 여쭙기를.
"우리 가운데 어느 지파가. 먼저 올라가.
<가나안 사람>과 싸워야 합니까?"라고 했더니.
이에. 하나님은. "<유다 지파>가 먼저 올라가거라"고 말씀하셨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아도니베섹을 죽이고.
72명이나 되는. 왕들의 엄지손가락/엄지발가락을 잘라버리고.
1만 명의 군사를 무찌르고. 전쟁의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이것이. 사사기를 시작하는. 그들의 화려한 서막이었다.


근데. 오늘 따라. 이 말씀이. 되게 슬프게 들린다.
왜냐하면. 오늘 아침. 이 말씀을 묵상하는데.
사사기의 처음(사사기 1장)과.
사사기의 마지막 결말이(사사기 20장)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사기 20장 18절을 보면. 성경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가운데. 어느 지파가. 먼저 올라가서.
<베냐민 자손>과 싸워야 합니까?(삿 20:18)"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사사기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이스라엘 백성들의 <가나안 정복기/가나안 점령기>로 시작했건만.
사사기를 마칠 때가 되어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외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왜. 그들 안에서. 자기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고 있는 것인가?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쟁에 있어서도.
하나님은. <유다 지파>가 그 선봉에 설 것을 말씀하고 계신다.
그래서. "우리 가운데. 어느 지파가. 먼저 올라가서.
<베냐민 자손>과 싸워야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하나님은. "<유다 지파>가 먼저 올라가거라!"고 말씀하신다.

이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쉽게 떼지질 않는다.
가나안과 싸울 때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정말 기꺼이. 최선을 다해 이 일을 할 수 있었지만.
베냐민과의 전쟁을 앞두고는.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내가. 저 사람들과 어떻게 싸워?
내가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저 사람들과 함께 웃고 웃으며 밥을 먹었는데.
이제 와서. 저 사람들과 칼을 겨누라고?"

그래서. 그들은. 하나님 앞에. 목놓아 울며. 여쭈었다.
"우리가. 다시 가서. 우리의 동기 베냐민 자손과. 싸워도 되겠습니까?
하나님. 우리가 이 전쟁을 꼭 해야 쓰겠습니까?
하나님. 이것 말고는. 정말 다른 방도가 없는 겁니까?"

하지만. 이 길 말고는. 정말 다른 방도가 없었나 보다.
그만큼. 이스라엘과 베냐민 지파는. 서로를 향해. 큰 갈등/불신을 안고 있었고.
그들은. "서로를 죽이지 않고서는. 내가 못 살겠다"는.
철천지 원수처럼. 갈라져 있었다.

결국. 이스라엘은. 가나안 족속을 향해. <헤렘/진멸 전쟁>을 해야 할 때에.
이스라엘 지파들끼리. 자기를 향해. <헤렘/진멸 전쟁>을 하게 되었다.
이 얼마나 슬픈 비극/안타까움이란 말인가?


그런 측면에서. 사사기 전체 구조는. <나선형 하강구조>를 띈다.
쉽게 말해서. "첫 끗발이. 개 끗발"이다.
처음에는. 좀 괜찮아 보이고. 뭔가 할 것처럼 보이더니.
이내 시들시들해지고. 날이 가면 갈수록 망가지는 모습.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향해. 함부로 손가락질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오늘 우리 모습도. 그들과 별 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왕이 되기 보다.
내가 왕이 되고. 내가 주인이 되기를 바라는 세대 속에서.
우리가 어찌. 그들을 향해. 손가락질 하고. 비아냥 될 수 있겠는가.

급할 때는. "하나님. 도와주세요!"라고 정말 다급히 소리 지르다가.
평안할 때는. 하나님을 향해.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고. 아무런 소망도 갖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오늘 우리의 모습과. 어찌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런 측면에서. 사도 바울이.
갈라디아 교회를 향해 했던 말이. 오늘 따라 유독 생각나는 것 같다.

"너희가. 성령으로 시작했다가. 이제는 육체로 마치겠느냐?(갈 3:3)"
"너희가. 은혜로 시작했다가. 이제는 불신앙으로 끝을 맺겠느냐?"
"너희가. 믿음으로. 사랑으로 이 길을 시작했다가.
이제는. 다툼과 깨짐으로. 이 길을 마무리 하겠느냐?"


그렇기에. <사사기> 말씀 묵상을 시작하며.
이 아침. 주님 앞에. 이렇게 간구한다.

"주님. 우리가 이스라엘 공동체처럼.
<용두사미 / 첫 끗발이 개 끗발>인 믿음으로. 전락하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우리가. 성령으로 시작하였다가. 육체로 마치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오직. 주님 안에서. 우리 믿음이 자라가고. 깊어지게 하여 주시고.
이스라엘의 반역과 실패를 바라보며.
다른 사람의 허물과 연약함을 보고. 판단하고. 정죄하지 않게 하여 주시고.
이것이 나의 죄와 연약함임을 겸손히 받아들이게 하여 주십시오.

그래서. 오늘 우리가. 하나님을 왕으로 섬기며.
하나님 한분만 겸손히 따르는 공동체 되게 하여 주시고.
오직 우리 가운데. 성령의 아름다운 열매와 은사들이.
가득 가득 흘러 넘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늘 우리 가운데.
주께서 이런 은혜와 사랑 베풀어주시길 간절히 사모하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feat. 왕이신 나의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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