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4:1-6

지난 1-2월. 호주에서 두 달간의 안식월을 가졌다.
호주에서 살면서 제일 크게 느낀 것은. 한국과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오후 3시면 카페는 문을 닫고.
대부분의 식당과 상가도. 저녁 6시면 문을 닫곤 했었다.
한번은 대형 쇼핑몰.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스타필드' 같은 곳에 들어갔는데.
저녁 6시가 되니. 상점에 문을 닫고. 쇼핑물의 출입문이 닫혔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한참을 헤맸었고.
그러다 겨우겨우 출구를 찾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하철을 탈 때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
한번은 트레인이 선로 위에 멈춰 서 있었는데.
그렇게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다 되어도. 열차는 출발하지 않았다.
안내 방송도 없다.
어떤 이유로. 무슨 연고로 출발하지 않는지 상세한 설명도 없고.
그냥 그렇게 서 있을 뿐이었다.

근데 신기한 것은.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정 급한 사람들은. 알아서 다른 교통편을 찾아 길을 나섰고.
아무도 이 일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거나. 불평 불만을 쏟아내지 않았다.
그냥. "어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겠지"라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난 이런 호주의 문화가. 참 어색하고 낯설었다.
한국에서는. 금방 10분이면 처리할 것을. 여기서는 반나절이 걸리고.
한국에서는 금방. 순식간에 처리될 일이.
여기서는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하염없이 시간이 걸리는 것이.
참으로 답답하고 어리석게 느껴졌다.


그러다. 다른 분과 이야기하며. 알게 된 것은.
이 모든 생각과 문화 위에.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이 편리하게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수고하고 희생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것을. 역지사지로 생각하고.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많은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는 것은.
그들 안에. '가정'을 우선시 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만큼.
이분들도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고. 집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아무도 이것에 대해 문제제기 하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이나.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정부기관에서. 시민의 편리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그 일을 하는 사람들 또한. 우리 시민이며.
그들의 권리와 권익 또한 보호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업의 이익과 이윤 또한 중요하겠지만.
그 무엇보다. 사람의 권익과 인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으며.
이런 부분들에 대해. 사회적 합의와 공통된 이해를 갖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끼리 얼굴을 붉힐 일이 많이 없었다.
"고객이 왕이다"라는 이유로. 갑질을 하는 사람들도 없었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안정됨과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사회의 발전과. 서비스의 편리함을 위해.
사람을 갈아넣고. 사람을 희생시키는 구조가 아니라.
그들의 속도에 맞게끔. 사람의 속도의 따라.
사회가 발전하고. 시스템이 보완되어 가는 형식이었던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들의 생각과 문화가. 얼마나 성숙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람을 갈아 넣고. 사람을 희생시키고.
누군가의 목숨과 누군가의 핏값으로. 이 땅을 유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존중하고. 사람들을 배려하는 그들의 문화가.
오늘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고.
그것을 참고 기다리기에는. 우리 속이 터지고. 가슴칠 일이 많겠지만 말이다.


근데. 오늘 아침 말씀을 보는데.
호주에서 생각했던 그 일이. 다시금 생각나는 것 같다.

실제로. 오늘 본문을 보면.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억압 때문에. 눈물 흘리는 사람이 많고.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억압과 폭력 때문에. 억눌리고 고통 받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그래서 전도서 기자가 하는 얘기가 뭐냐면?
"아직 살아 숨쉬는 사람보다. 이미 숨이 넘어가 죽은 사람이 복되다"고 말한다.
아니. 이 둘 보다는.
"아직 태어나지 않아서. 못된 일을. 못 본 사람이 더 낫다"고 말한다.

이 얼마나 심각한 역설인가.
살아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낫다고 말하며.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보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이 낫다니.
이 얼마나 심각한 역설이고. 이 얼마나 심각한 말이란 말인가.

사람들의 머리를 짓밟아야. 그래야 내가 살 수 있고.
사람들의 머리를 짓밟고. 위로 올라서야 살 수 있는 문화.
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이 얼마나 강압적인 문화란 말인가.

근데. 그런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가. 오늘 우리 안에도 있다.
끊임없는 경쟁과. 생존을 위한 싸움.
과다 출혈과. 과다 업무.
태어날 때부터. 빨리 달리기와 줄 세우기에 익숙한 우리 문화는.
오늘도 우리로 하여금. 다람쥐 챗바퀴 도는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것 같다.

맞기 싫으면. 빨리 움직이고.
도태되기 싫으면. 빨리 변화하고.
이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과 개인의 역할로만 규정하는 시대 말이다.

그래서. 오늘날 젊은이들은.
이런 한국 사회를 가리켜. '헬조선'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회 속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느니.
차라리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우리 사회를 향한. 비난과 비관적인 목소리가.
더 많아지고. 커져가게 되는 것이다.


근데. 생각해 보면. 우리 청년들만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아파하고 있다.

우리 부모님들도 오랜 세월. 이와 같은 어려움/이와 같은 모진 풍파를 당하였고.
그들은. 어디에 하소연 할 데도 없이. 그냥 묵묵히 이 길을 걸어오셨다.
자식들 키우고.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정말 수고를 다했는데.
이제는 자식들이 나 몰라라 하는 것 같고.
그래서 홀로 남겨진 마음에. 슬퍼하고 눈물 짓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리더십은. 리더십대로 외로워하고. 힘들어하고.
직원들은. 직원대로 힘들어하고. 외로워하고.
중간관리자들은. 그 사이에 껴서 힘들어 하고.

그렇게 오늘 우리 사회 속에서는.
많은 갈등과 대립들이 일어나는데.
어찌보면 이것은. "서로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너무 힘들고. 너무 외롭고.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슬프기 때문에.
나 혼자 여기 남겨두지 말고.
제발 나를 구원해주고. 제발 나를 건져달라는. 아우성/소리 없는 외침 말이다.


그렇기에. 오늘 우리에겐.
<위로와. 따스한 격려의 품>이 필요한 것 같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방황하고 흔들리는 이들에게.
주께서 우리의 마음을 꼭 안아주는. 위로와 사랑의 손길이 필요하며.
세상에 치이고. 모진 고통과 억울함 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겐.
주님의 위로와. 주님의 격려가 필요한 것 같다.

경쟁과 다툼과. 생존을 둘러싼 어려움과 고통 가운데 있는 이들에겐.
주께서 우리의 삶을 긍휼히 여기시는. 당신의 은혜와 당신의 평화가 필요한 것 같고.
오늘 우리 사회 속에. 서로를 존귀히 여기고. 서로를 존중하는.
그런 문화가 필요한 것 같고.
그런 상호 돌봄과. 자족과 감사의 문화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하나님 앞에. 눈물로 간구하며. 또 무릎으로 간구할 따름이다.

오늘 이 땅 가운데. 상하고 깨진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주께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그런 은혜가 있기를 소망하며.

오늘 우리가. 하나님의 위로자되며. 하나님의 메신저 되어서.
형제자매의 아픔과 고통을 돌봐주는.
그런 우리 공동체 되고. 그런 우리의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하나님 앞에 이 찬양의 고백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나 어느날 괴로워서. 눈물로써 아뢰일 때.
주님께서 나의 맘 아시고. 위로하여 주셨네.
갈 길 몰라 방황할 때. 들려오던 그의 음성.
나를 사랑한다던 그 말씀. 위로하여 용기주네.

너 슬퍼마라. 언제나 함께 하고. 무거운 짐 대신지리.
너 괴로워마라. 너는 내 백성. 두려워 마.
오 나의 주. 평화의 주. 내 피곤한 맘. 쉼을 얻으리"

오늘 하루. 주께서 우리의 심령을 위로해 주시고.
오늘 우리가. 주의 마음을 담아. 누군가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그런 하루되길 소망하며.
오늘 하루를 겸손히 주께 의탁한다.

(feat. 나 어느 날 괴로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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