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 4:16-23

'다큐멘터리 3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특정한 공간'에서. 또. '7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다채로운 일상과 삶의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뭉클해진다.
왜냐하면. '날 것' 그대로의. 우리네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땀냄새. 흙냄새.
눈가에 깊게 파인 주름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인생의 깊이.
또. 어깨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의 웃음과. 소탈한 일상까지.
잔잔한 감동과. 삶에 대한 성찰과 묵상거리를 내게 던져주곤 한다.

그렇다면. 성벽공사를 진행중이던. '52일의 기록'은 어땠을까?
카메라 앵글을 그곳에 둔다면. 어떤 풍경이 담겼을까?
어떤 면에서는. 언제 쳐들어 올지 모르는 적들의 위협 앞에서.
두려움과 긴장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얼굴이 비칠 것 같다.
"한손에는 짐을 나르고. 또 다른 한 손에는. 무기를 잡고 있는(16-18절)"
잔뜩. 긴장하고. 힘이 들어가 있는. 그런 모습 말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땀으로 흥건한 사람들의 얼굴이 보일 것 같다.
하지만. 마지 못해. 억지로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도리어. 소망과 기대감으로 가득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성벽을 완성하면. 이제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이제는. 우리가 더 이상 수치와 수모를 겪지 않고.
사랑하는 내 가족. 형제자매. 우리의 이웃들과 함께.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사람들의 마음에. 그 기대감으로. 가득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땀흘리며 수고하였다.
보수도 받지 않고. 어떤 댓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52일'의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묵묵히. 밭을 가는 황소처럼.
또.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순례자의 모습처럼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이 바란 것은. '큰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작은 기대. 소박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느헤미야는 그것을 위해. 이땅에 왔다.
그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가 무슨. 자기 이름을 알리고. 큰 일을 이루겠다고. 이곳에 왔겠는가.
그저. 내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이. 더 이상 아픔을 겪지 않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 작은 기대가. 느헤미야를 이곳에 오게 하였다.

사람들이. 성벽 재건에 참여한 까닭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무슨. 거창한 기대와 소망으로 이 일을 시작하였을까.
성벽을 다시 쌓으면서. 다윗 시대의. 찬란하고. 화려한 날들을 추억하였을까?
아니다. 그저. 오늘 하루만이라도 잘 살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아니라 하더라도.
내 자식. 내 가족. 우리 다음 세대만이라도. 행복하고. 안녕하길 바랐을 뿐이다.
그래서. 한 손에는 칼을 잡고. 한 손에는 짐을 나를 뿐이다.

하나님 나라가. 이뤄져 가는 것도. 그와 같은 방식/모습이 아닐까 싶다.
어떤. '대의명분'이 있어야.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을 움직이고. 그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것은.
바로 내 곁에 있는. '한 사람'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해방 운동을 한 것도. 민주화 운동을 한 것도.
불의 앞에. 무릎을 꿇지 않고. 부정 앞에 손을 잡지 않은 것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한 사람' 때문에. 내 인생의 목적이 달라졌고.
'한 사람' 때문에. 내 인생의 향방이 달라진 것이다.


부모가 되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나도 그 마음을 더 배우게 된다.
왜. 우리 부모들이. 자녀들을 보면서.
'안 먹어도 배 부르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왜. 우리 부모들이. 자녀들을 보면서.
'너라도 행복해라'. '너라도 잘 살아야 한다'고 했는지.
그 마음을 더 배우게 된다.

한 공동체의 리더가 되면서. 그 마음을. 더 배우게 된다.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은 마음. 없다.
내 자리를 지키고. 내 자리를 보전하고 싶은 마음. 없다.
그저. 내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사랑하는 우리 후배들. 사랑하는 우리 학생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그렇기에. 한 손으로는 짐을 나르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무기를 잡는다.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별이 보일 때부터. 다시 별이 보일 때까지. 밤새 수고한다.
억지로 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 나라'라는. 큰 명분 때문도 아니다.
그저. 내게 주어진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며.
내 곁에 주어진. 한 사람. 한 사람을. 마음 다해 사랑할 뿐이다.


그래서일까? 며칠 전. 인터넷에서 보았던. 사진 한 장이 떠오른다.
'배달 음식. 리뷰'에 적힌 글이었는데. 이렇게 적혀 있다.

(고객)
"이 집 치킨을 먹으면. 다른 집 생각이 안 나는데.
다른 집 치킨을 먹으면. 이 집 생각이 납니다.
돌고 돌아. 답은 이 집 뿐. 번창하세요."

(사장)
"하... 몇일전에 교통사고나서. 오토바이 다 부서지고. 온몸은 다치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둘째 기저귀값 벌자고. 이렇게 오토바이 타면서.
밤늦도록 일해야 되나하는. 생각이 많았는데...ㅠ
10년은 더 해야될 것 같은 리뷰... ㅠ_ㅠ 감사합니다..
일단은. 계속 열심히 해보겠습니다ㅠ_ㅠ"


이 사진과. 글을 보며. 나의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수고하고. 이렇게 사역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 앞에.
우리 사랑하는 가족/친구/학생들이 이렇게 얘기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이 집 치킨을 먹으면. 다른 집 생각이 안 나는데.
다른 집 치킨을 먹으면. 이 집 생각이 납니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한 가지 소망. 나의 유일한 기대다.

(feat. 큰 꿈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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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e Sabb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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