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 1:26-38

천사 가브리엘이 두 번째로 등장한다.
처음에는. 노부부 사가랴와 엘리사벳에게 나타나서.
"아이를 가질 것이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마리아를 찾아와서. "아이를 가질 것이라"고 한다.

둘 다 어처구니 없는. 말씀이다.
도대체. 무슨 수로 아이를 가진다는 말인가.
나이가 많아서.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상태인데.
도대체. 무슨 수로 아이를 가진다는 말인가.

마리아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직 남자를 알지 못해서… 요셉과 잠자리를 아직 같이 가진 것도 아닌데…
도대체 무슨 수로. 마리아가 아이를 갖는다는 말인가.
참 황당하고. 터무니 없는 요구다.

근데. 그 황당하고 터무니 없는 요구에.
마리아가.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한다.
"나는 주의 여종이오니. 당신의 말씀대로 나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본문은. 참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얘기로 가득하다.
마리아는. 도대체 무슨 수로. 천사의 말을 믿었을까?
만약. 마리아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요셉이 듣는다면. 그는 어떤 방식으로 반응할까?
마리아는. 요셉이 자기의 말을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마리아는. 주변 사람들이. 자기의 말을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래서. 생각해 봤다.
도대체 마리아는. 어떤 생각으로. 어떤 근거로. 주의 말씀에 "아멘"으로 순종한 것일까?
정말. 그가. 남자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정말 자기 혼자 아이를 가지고. 자기 혼자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 정도로 상식이 없지는 않았을 텐데?

그러다 생각이 난 것은.
"마리아가. "아멘"으로 먼저 순종하고.
그 다음에. "주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고. 생각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한번 생각해 보자.
"마리아가 만약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마리아는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주의 말씀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주의 말씀이. "내가. 주의 은혜를 입어. 내가 남자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이 말씀 외에는. 자기에게 일어난 일들을 도대체 무슨 수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근데. 만약 내가 지금 여기서.
"못 믿겠다"고 하고. "뻥 치시네"라고 하고. "웃기시네"라고 한다면.
나중에 자기가 이 일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만약. 정말 자기가 아이를 갖게 된다면.
하나님 앞에서. 이보다 더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에. 마리아의 마음에. 순간적으로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아멘으로 먼저 순종하자. 그리고 난 다음에 결과를 지켜보자!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이것은 내가 거부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섭리이며.
만약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면. 내가 그걸로 인해 피해를 보고.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마리아는. "아멘"으로 먼저 순종하고.
그 다음. 하나님의 뜻이 나타나길. 기도했다.
내가 예측할 수 없고.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주의 뜻이 무엇인지 먼저 묻고. 그것을 받아들인 다음에.
그 다음에. 이 길을 걸어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하나님은.
우리가 예상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길로. 우리를 인도해 가신다.
"이것이 정말 하나님의 뜻이 맞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이것이 정말 하나님의 길이 맞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근데.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선하신 주님을 믿고. 그 주님과 함께 발을 내딛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우리가 다 헤아리고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와 함께 이 길을 걸으며.
"주여. 당신의 종이 여기 있사오니.
주의 뜻대로 이 일이 <나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기도하며.
하나님께 오늘 우리 인생을 의탁하고. 오늘 우리 인생을 맡겨드리는 것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 아침.
그 크신 하나님의 손 앞에. 나의 삶을 의탁하길 소원한다.
하나님의 신비와. 하나님의 거룩함 앞에.
오늘 내 마음이. 겸손히 그분 앞에 엎드리길 소원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섭리하심 앞에.
오늘 내 마음이. 겸손히 그를 따라가며. 겸손히 그를 섬기길 기도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쁜 뜻이.
마리아를 통해. 온전히 이뤄지고 실현되었던 것처럼.
오늘 나와 우리 공동체를 통해서. 온전히 이뤄지고 실현되길 기도하며.
오늘 우리가 주님의 뜻 가운데. 겸손히 쓰임받고. 겸손히 사용받는.
그런 하루 되고. 그런 오늘 되면 좋겠다.


그렇기에.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이 찬양의 고백으로. 주님 앞에 나아가길 기도한다.

"주님 손에. 맡겨드리리. 나의 삶. 주님께.
주님 손이. 나의 삶 붙드네. 나 주의 것. 영원히.
내가 믿는 분. 예수. 내가 속한 분. 예수.
삶의 이유 되시네. 내 노래 되시네. 전심으로.

주와 함께 걸어가리라. 모든 길을. 주 신뢰해.
주 뜻 안에. 나 살아가리. 주의 약속은 영원해.
내가 믿는 분. 예수. 내가 속한 분. 예수.
삶의 이유 되시네. 내 노래 되시네. 전심으로."

오늘 하루. 주님의 손이.
오늘 나와 우리 공동체 모두를. 온전히 붙들어 주시길 소원하며.
오늘 하루를 겸손히 주께 의탁한다.

(feat. 주님 손에 맡겨 드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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