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5:35-43

예수님이. 혈루병으로 고생하던 이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회당장 야이로의 집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리고 소식을 전한다.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 죽었다는 것이었다.

정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내 딸이 죽었다고? 내가 예수님을 모시기 위해 이 길을 왔는데.
그 사이에 아이가 죽었다고?"
야이로 입장에서는. 정말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딸을 위해. 그 먼 길을 직접 찾아왔는데.
아무런 수도 써보지 못하고.
황망한 마음으로 딸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아버지 입장에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소식이었다.


이에 우리 주님이.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라고 말씀하시는데.
이 말씀 앞에 회당장 야이로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울며 통곡하던 사람들처럼.
냉소와 비웃음으로 가득한 모습을 보였을까.
아니면. 정말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믿기만 하고 예수님을 초대하였을까?

성경은 회당장 야이로의 반응을.
구체적으로/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내 생각에는. 회당장 야이로가 믿음의 반응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그가 예수님의 길을. 막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그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다.
예수께서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고 말씀하실 때.
꼭지가 돌아서 화를 냈을 수도 있고.
그 앞에 있던. 혈루병 걸린 여자를 향해서도. 소리 지르고 고함을 지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당신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집에 갔을 거라"고 말이다.

집에서 울며 통곡하며 떠드는 사람들을 향해서는.
"다 필요 없으니까.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칠 수도 있었을 것이며.
하나님을 향해서는. 그를 향해 온갖 부정적이고 속상한 마음을 가지고.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들고. 욕을 했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지금 자기 딸이 죽었으니까.
사랑하는 딸을 잃고. 사랑하는 딸의 죽음을 맞이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어떻게 주체하고. 어떻게 감출 수 있단 말인가.

그렇기에.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는 예수님의 말이.
회당장 야이로의 입장에서는. 너무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말처럼 들렸을 지도 모른다.
"이 사람이 지금 어디서 약을 팔아?"라고 하며.
예수님의 멱살을 잡고. 그를 막아서는 것이. 상식적인/일반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본문을 보면.
회당장 야이로가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침묵으로. 예수님이 가시는 길을 예비할 뿐이다.
그저 침묵으로. 예수님이 가시는 길을 따라갈 뿐이다.

예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자기 집으로 들어갈 때도. 그 길을 막지 않았으며.
예수께서 사랑하는 딸이 있는 집/방으로 들어갈 때는.
자기 뿐만 아니라. 자기의 아내도 함께 대동하도록 하였다.

예수께서 아이의 손을 잡으실 때도.
그는 아무런 행동/제지도 하지 않았으며.
그냥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잡고.
예수께서 어떻게 하시나. 일거수일투족을 그냥 지켜볼 따름이었다.

근데.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졌냐면?
사랑하는 딸이 다시 일어났고.
회당장 야이로는. 그 딸을 다시 품에 안고. 다시 입을 맞출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자비 덕분이지만.
회당장 야이로의 작은 믿음/침묵의 동행이 없었다면.
이 모든 일은 이뤄지지도 않고. 실행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우리에게도.
야이로와 같은 믿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큰 믿음이 아니여도 괜찮다.
작은 믿음이여도 괜찮다.
예수님 앞에서. 예수님을 적극적으로 초대하지 않아도 괜찮고.
예수님 뒤에서. 그의 길을. 쫄래쫄래 따라가도 괜찮다.

예수님이 하시는 일을. 막지 않고. 거부하지만 않으면 되고.
주님 하시는 일을. 지켜보고. 그 자리에만 있으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주님의 일하심/영광을 지켜보게 될 것이고.
이 시간을 통해. 우리의 믿음은 자라나고. 우리의 믿음은 더욱 확고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주님의 믿음이며.
이것이 오늘 이땅을 살아가는. 성도들의 부르심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이번 주일. ****교회 회중설교를 하게 되는데.
나는 이 자리 가운데. 주님의 은혜와 주님의 영광이 나타나길 바랄 뿐이다.

어찌 어찌하다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고.
그 사이에. 많은 일들과 많은 사건들이 있었는데.
내가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는 것은.
이 시간 가운데. 주님의 뜻이 드러나고. 주님의 영광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님의 뒤를 따라가며. 그분의 길을 밟는 것이다.
오늘 내 인생 가운데.
주께서 나를 어떤 길로. 어느 길로 인도하실지 아직 잘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길을 따라가길 원하며.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는 우리 주님의 말씀을 따라.
그분 앞에 조용히 머무르고. 그분 앞에 겸손히 엎드리는.
그런 내가 되고. 그런 우리 공동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오늘 하루를 살아가며.
하나님 앞에 이 찬양의 고백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주님의 시간에. 그의 뜻 이뤄지리. 기다려.
하루하루 살 동안. 주님 인도하시리.
주 뜻 이룰 때까지. 기다려.

기다려 그때를. 그의 뜻 이뤄지리 기다려.
주의 뜻 이뤄질 때. 우리들의 모든 것.
아름답게 변하리. 기다려"

오늘 하루. 우리를 향한 주님의 뜻이 온전히 드러나며.
오늘 우리가 주님의 일하심과 그분의 뜻을 기다리며.
주님의 때와 주님의 다스림과. 주님의 통치와 주님의 섭리를 기다리는.
그런 나와 그런 우리 공동체 되길 소망하며.
오늘 하루를 겸손히 주께 의탁한다.

(feat. 주님의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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