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6:45-52
오병이어 기적이 일어난 다음.
예수께서 제자들을 바다 저편으로 보내셨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기를 왕으로 삼으려 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들을 먼저 보내고.
자기도 산에 올라가. 하나님 앞에 기도하고. 당신의 뜻을 구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근데 그때. 제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갈릴리 바다에. 폭풍우가 몰아쳐서.
제자들이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몹이 애를 쓰고 힘겨워 하였던 것이다.
이에 우리 주님이. 제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마음을 안정케 하시는데.
이 모습이. 마치 공포영화처럼 느껴진다.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한 사람이 물 위를 걸어와서.
바다를 건너가고. 자기를 지나쳐 가려고 하는데.
어찌 그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성경은.
"제자들이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유령으로 생각하고 소리쳤다"고 말하고 있는데.
나는 이 모습이.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아니. 어찌 사람이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이라면. 물에 빠지고. 물에 가라앉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어찌 사람이 물 위를 걸어오고.
어찌 사람이 바다 위에. 당당히 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측면에서. 난. 제자들의 반응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 느껴진다.
오히려 응당 당연하게 느껴지고.
나 같았어도. 당연히 그렇게 반응했을 것 같다.
근데. 오늘 본문을 보면.
성경의 기록이. 조금은 야박하게(?) 느껴진다.
실제로 오늘 본문 52절을 보면.
"그들은 빵을 먹이신 기적을 깨닫지 못하고. 마음이 무뎌져 있었다"라고 얘기하는데.
아니. 어떻게 사람이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적은 기적이고. 현실은 현실이지.
아니 어떻게 사람이. 방금 전에 있었던 일과. 지금 내게 일어나는 일들을.
상관 관계를 맺고. 그 의미를 다 해석할 수 있단 말인가.
방금 전. 그 북새통 같은 곳을 떠나. 겨우겨우 여기로 오게 되었고.
노를 저으며. 생사를 오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찌 예수 그리스도를. 한눈에 알아보고. 그를 기쁘게 맞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오늘 본문 52절에 기록된.
성경 기자의 기록이. 조금은 야박하고.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오늘 본문과 관련된. 다른 내용을 찾아봤다.
특별히. 마태복음과 요한복음에도. 해당 사건을 동일하게 기록하고 있는데.
마태와 요한은. 이 일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근데. 재밌는 것은.
마태와 요한이. 이 일을.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태복음을 보면.
"제자들이 예수께서 배에 오른 것을 보고. 그에 엎드려 절하며.
이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로소이다 하더라(마 14:32-33)"라고. 기록하고.
요한복음을 보면.
"제자들이 기뻐 영접하였다(요 6:21)"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마가만 유독. 제자들의 반응에.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마가는… 베드로는… 제자들의 모습이 못 미더운 것이었을까?
마태는… 그리고 요한은… 제자들의 모습을 감추고.
그들의 부족함을 숨기려 하였던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마가와 요한은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자기의 숨기고. 자기의 모습을 미화하려 하였다.
이것은 객관적인 자기 인식이 아니라.
자기의 모습을 부풀리고. 자기 예찬만 늘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씀을 가지고. 계속 묵상하고 생각해 보는데.
말씀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52절에 기록된 말씀.
그들은 빵을 먹이신 기적을 깨닫지 못하고. 마음이 무뎌져 있었다는 것은.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책망/그들의 믿음 없음을 질책한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긍휼/예수님의 불쌍히 여김이지 않을까?"
실제로 오늘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와 기적을 보고도. 무수히 흔들리고. 무수히 넘어지는 사람들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그렇게 숱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서도.
계속해서 하나님께 반역하고. 그를 원망하였던 것처럼.
오늘 우리도. 하나님 앞에서.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주님의 은혜와. 주님의 돌보심을 경험하면서도.
늘 하나님 앞에 부정적인 말들과. 불평하는 말들을 일삼는 것이 오늘 우리이며.
오늘 우리는. 그렇게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생각으로 마음으로. 입술로 범죄하며 오늘을 살아간다.
그런데. 성경은. 그런 우리의 모습을 향해.
"너는 왜 이렇게 살아가냐"고 질책하고. 책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그렇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 안에 하나님을 향한. 일그러진 마음과 죄책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형제 자매를 향해서.
"내가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너는 왜 이렇게 내 말을 못 알아듣냐?"면서.
화를 내고 짜증을 내기 때문에.
우리 주님도. 우리에게 이와 같이 반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그들은 빵을 먹이신 기적을 깨닫지 못하고. 마음이 무더져 있었다"라고 얘기할 때.
우리가 먼저 여기에. 우리의 선입관/해석을 집어 넣은 것이다.
"우리가 아직도 주의 말씀을 깨닫지 못하고.
우리가 아직도 주의 말씀을 듣지 못하고.
우리가 아직도. 마음이 무뎌져 있고.
우리가 아직도. 주의 말씀을 바르게 보지 못하니"
우리가 어찌할꼬 하며. 자책하고 한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님은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신다.
"그들이 빵을 먹이신 기적을 깨닫지 못하고. 마음이 무뎌져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그들이. 그렇게 큰 기적을 경험하고.
여전히 그들의 눈이 어두워져 있고. 여전히 그들의 마음이 둔하여져 있었던 것처럼.
오늘 우리도. 그런 한계와 연약함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 가져야 할 마음은.
자책감과 눌린 마음과 죄책감과 수치감이 아니라.
그런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고. 그런 우리를 불쌍히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이다.
우리 주님이. 제자들이 바다 한 가운데서. 그렇게 애쓰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시고.
그들을 찾아오시고. 그들을 위로하셨던 것처럼.
오늘 우리에게도. 주님의 그런 은혜와 주님의 그런 돌보심이 필요하고.
오늘 하루도. 수없이 무너지고. 마음이 무뎌지는 우리에게.
주께서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고. 주께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하나님 앞에. 눌린 마음. 자책하는 마음.
불안해 하는 마음. 두려워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자유와 평화와. 감사와 기쁨의 마음으로 살아가며.
주와 동행하고. 주와 더불어 사는 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복이고. 하나님의 은혜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나와 우리 공동체가.
하나님 앞에. 우리의 무뎌진 마음을 들고 나아가면 좋겠다.
우리의 무뎌진 마음. 우리의 둔한 마음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드릴. 우리의 <상한 심령>이며.
주님은 그런 우리의 마음을 받으시고.
우리를 위로하시고. 우리와 함께 하길 원하신다.
그렇기에. 이 시간.
하나님 앞에 나아가며. 이 찬양의 고백을 드리길 원한다.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시는 주님. 하늘의 아버지. 날 주관하소서.
주의 길로 인도하사. 자유케 하소서. 새 일을 행하사. 부흥케 하소서.
의에 주리고 목이 마르니. 성령의 기름 부으소서.
의에 주리고 목이 마르니. 내 잔을 채워주소서.
성령으로 채우사. 주 보게 하소서. 주의 임재 속에. 은혜 알게 하소서.
주 뜻대로 살아가리. 세상 끝날까지. 나를 빚으시고. 새날 열어주소서.
의에 주리고. 목이 마르니. 성령의 기름 부으소서.
의에 주리고. 목이 마르니. 내 잔을 채워주소서."
오늘 하루.
우리를 불쌍히 여기고.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며.
우리에게 은혜 베푸시고. 우리에게 자비 베푸시는.
우리 주님의 마음과. 우리 주님의 은혜가.
오늘 나와 우리 공동체 가운데. 온전히/충만히 흘러넘치길 소원하며.
오늘 하루를 겸손히 주께 의탁한다.
(feat. 마음이 상한 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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