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borgenheit

고전 6:1-8

고린도교회는. 내부적으로 여러 갈등과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럴 수 있다.
하자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 교회니. 어찌 문제가 없을 수 있겠는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것이 교회고. 그것이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다.

하지만. 교회가. 세상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다툼과 갈등이 있을 때.
서로 이해하고. 서로 용납하고. 서로 하나되는 것이다.

나를 주장하고. 나를 드러내고.
나를 높이고. 내가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낮추고. 자기를 비우며.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용납하고 사랑하셨던 것처럼.
우리 또한 그들을 사랑하고. 용납하는 것이.
그리스도 안에 주어져 있는. 참된 사랑/참된 평화의 길임을.
주께서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린도교회는. 부끄럽게도 그런 능력이 하나도 없었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함 해보자" 발악발악 소리 지를 때.
아무도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아무도 이 문제에 직접 나서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 그들 사이에서 중재자로 나섰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고.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자.
그들은 세상 법정에 송사하며. 자신의 의로움/옳음을 입증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권위를 잃어버리고. 질서를 잃어버리고.
사랑을 잃어버리고. 평화를 잃어버린 교회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프고. 슬프게 느껴진다.


오늘 우리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 우리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무수히 많은 말로. 사랑과 평화를 말하지만.
사실 우리 가운데. 사랑이 없고. 지혜가 없는 것 같다.

먼 곳에 있는 평화에 대해서는.
그렇게 뜨겁게. 그렇게 열심히 말하면서도.
우리 곁에 있는 평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구르기도 한다.

명분, 대의, 가치, 큰그림에 관한 이야기는 참 많이 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면.
그것이 어떻게 작용되고. 실현되어야 할지. 알지 못하는 게 부지기수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우리 교회/공동체도. 고린도교회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입으로 말하는 하나님 나라.
머리로 생각하는 하나님 나라가 아니라.
가슴으로. 우리의 손과 발로 임하는 하나님 나라가 되어야 하는데.
그 나라가 너무 멀고. 요원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것이. 오늘 우리 교회의 슬픈 자화상인 것이다.


그렇기에. 사도 바울의 이 경고가. 너무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여러분 가운데는.
신도 사이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여 줄 만큼.
지혜로운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까(5절)"

"여러분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부터가.
벌써 여러분의 실패를 뜻합니다.
왜 차라리 불의를 당해 주지 못합니까? 왜 차라리 속아 주지 못합니까?"

특별히. 앞에서는.
"내가 이런 말을 쓰는 것은. 여러분을 부끄럽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고전 4:14)"고.
사도 바울이. 애써 돌려 말했지만.

지금은.
"나는 여러분을 부끄럽게 하려고 이 말을 한다(고전 6:5)"며.
우회도로 없이. 직설적으로. 작심해서 이 말을 하고 있는.
사도 바울의 울분과 분노가 느껴지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시간. 주님 앞에 나아가며. 당신의 은혜를 구한다.
사랑을 모르며. 지혜를 모르며. 평화를 모르는 우리에게.
주께서. 사랑과 지혜와 평화를 가르쳐 주시길. 간절히 간구한다.

이것이. 뜬구름 잡는. 먼나라. 고상한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 손에 잡히고. 실제가 되길 소원한다.

그래서. 우리 안에. 진정한 사랑과 평화가 임하며.
오직 주의 뜻이 실현되고. 주의 뜻이 나타나기를. 마음 다해 소원한다.

오늘 하루. 주께서 우리를. 당신의 길로 인도해 주시길.
간절히 소원하며.
오늘 하루를. 겸손히 주께 의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