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2020. 5. 20. 18:25
"레싱은 이런 말을 하였다.
- 이 세상에는 사람의 이성을 잃게 만드는 일이 있는가 하면. 더 이상 잃을 이성이 없게 만드는 일도 있다." (p.51)
정말 그러하다. 멘탈이 처음으로 붕괴될 때면 '충격과 공포' 때문에 정신줄을 놓게 되지만.
멘탈이 산산히 박살나고 나면. 더 이상 잃어버릴 정신 또한 없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너무나 정상적이다." (p.51)
사람이 죽어 나가도. 아무런 감정의 요동이 없고.
동상에 걸려. 시커멓게 썩은 살을. 아무렇지 않게 잘라낸다고 해서. 비정상적인 게 아니라.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정상적'이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가슴 아프다.
더 이상 가슴 앓이 할. 감정도 없고.
더 이상 고통을 마주할. 힘도 없고.
더 이상 현실을 이겨낼. 어떤 소망과 가능성도 보이지 않을 때.
그 때 우리는. '초탈의 경지'에 이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무감각'. 죽음의 상태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사랑할 힘이 있을까?
나에게는. 분노하고 절망할 힘이라도 있을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는데.
나의 감정과 의지, 생각들은. '꿈틀'거리고 있을까?
희망을 논하지는 못하더라도. 얼어 죽지는 말자.
정말 우리네 생이.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 사는 곳' 같지 않겠는가.
슬프지만. 이것이 나의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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