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 2:11-20

바벨론에서 예루살렘까지. 먼 길(1,300km)이었다
몇 일이나 걸렸을까? 한달이나 걸렸을까? 잘 모르겠다.
분명한건. 오늘처럼. 교통 수단이 발달한 것이 아니었으니.
그 여정이. 고되고. 피곤했을 거라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느헤미야는 사흘 동안 몸을 추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동체를 향한. 느헤미야의 마음은. 한시도 억누를 길이 없었다.
그래서. 느헤미야는. 한밤중에 길을 나선다.
예루살렘 성벽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다.
형제 '하나니'를 통해서. 전해 들은 소식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또 자신의 몸으로. 직접 살피고. 깨닫기 위해서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길을 나선다. 수행원 몇 명만 데리고 말이다.

그렇게 느헤미야는. '골짜기 문에서 골짜기 문까지' 성벽 전체를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짐승을 타고 길을 나섰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무너진 성벽의 돌 때문에.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느헤미야는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두 발로. 직접 길을 헤치며 나아간다.

무너진 성벽을 붙잡고 오르는. 그날의 기분은 어땠을까?
아마도 그날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이었을 테다.
돌무더기 사이로 걸어오르며 느꼈던. 땀방울.
그날의 냄새. 손의 촉감. 발바닥의 통증.
모든 것이 생생히 기억에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느헤미야는. 이전 날들을 회상했을 것이다.
"예전에는. 성벽이 이렇게 쌓여 있었겠지?
여기에. 성문이 있었겠지?
군사들은. 저 위에서. 초소를 서며. 예루살렘 성을 지켰겠지?
백성들은. 성안에서 흥겹게 노래 부르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겠지?"
그렇게 느헤미야는. 무너진 성벽을 거닐며.
비통한 마음으로. 이전을 추억하고. 회상했을 것이다.
탄식과 절박한 마음으로 말이다.

그렇게. 밤새 예루살렘 성벽을 걸어다닌 다음.
이제야. 그곳 사람들을 찾아가.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 여러분이 아는 바와 같이. 우리는 지금 어려움에 빠져 있습니다.
예루살렘은 폐허가 되고. 성문은 불탔습니다.
저도 어젯밤. 예루살렘 성벽을 거닐며.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얼마나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왔을지.
제가 이제.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ㅠ

여러분. 이제 우리 다시. 성벽을 쌓읍시다. 함께 성벽을 쌓읍시다.
다시는 남에게 이런 수모를 받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일을 위해. 여기에 왔고.
선하신 하나님이 선하신 손길로 나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우리 함께 힘을 모아. 이제 다시 성벽을 쌓읍시다.
제가 먼저 길을 나서겠습니다."

사람들은 느헤미야의 말에 마음이 동하였고.
성벽을 다시 쌓기로 약속/다짐하였다.
하나님이 그들의 마음을 만지신 것이다.


말씀을 읽으며. 느헤미야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게 된다.
다짜고짜. 성급히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찬찬히 살피며. 우리의 처지를 돌아보는 것.
그것이 느헤미야가 가장 먼저/우선 한 일이었다.
왜?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

실제로. '귀로 듣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천지 차이다.
다른 사람을 통해 '건너 듣는 것'과 내가 '직접 보는 것'도 천지 차이고.
현장을 직접 경험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도 천지 차이다.

결국. 우리의 삶과 사역이 실제가 되기 위해서는.
현장을 마주하고. 현장을 살피고.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리며 수고할 때.
그때 비로소. 우리의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도 느헤미야와 같은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길 소망한다.
소통은 '눈과 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기에.
대표가 되면. 직접 현장을 다니며. 직접 소통하겠다고 약속하였던 것처럼.
나의 삶과 사역이 그러하길 소망한다.

'시키는 사람.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뛰며. 함께 수고하며. 함께 땀 흘리는' 사람이 되길 기도한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사람'이 아니라.
'귀담아 듣고. 함께 애통하며. 함께 기도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나의 삶과 사역이. 어둠 가운데 소망을 논하며.
꺼져가는 마음의 불씨에. 다시금 활력을 더해줄 수 있는. 작은 바람이 되길 기도한다.

부디. 주께서 나의 첫 마음을 지켜 주시며.
나의 입술에.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말이 있게 하시며.
지치지 않고. 넉넉히 감당할 힘을 주시며.
주께서 우리에게. 지혜와 분별력을 더해 주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선하신 주님의 도우심만이. 우리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그 주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며.
주님과 함께 길을 나선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에 주님의 숨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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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he Sabb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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